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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라이프]“강릉 손맛 담긴 정갈한 반찬…집 나간 입맛도 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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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맛집] 김형익 강릉상공회의소 회장의 '메밀집'

◇김형익 강릉상공회의소 회장은 강릉시 옥천동의 오래된 파란색 함석지붕의 '메밀집'에서 가자미조림과 문어 숙회를 즐겨찾고 있다. 강릉=권태명기자 ◇강릉 메밀집은 메인이 되는 요리 외에반찬 하나하나에도 주인장의 손맛이 깃들어 있다.(사진 왼쪽부터) 강릉=권태명기자

낮에는 가자미·도루묵 조림

밤에는 문어숙회 메인 음식

방 4개 작은 규모 예약 필수

日바이어 백김치 맛 못잊어

김형익(66) 강릉상공회의소 회장은 “가끔 남자들은 아내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어머니의 손맛이 그립다고 말할 때가 있다. 생각해 보면 어머니의 손맛이자 강릉의 맛이라고 생각하는데 메밀집에 오면 바로 그 강릉의 맛을 맛볼 수 있다”고 말한다.

강릉시 옥천동 구 소방서 뒤 허름한 방 한 칸과 부엌 하나로 메밀집이 문을 연 것은 1984년. 그때부터 메밀집 단골이라는 김 회장은 “사업차 전국에서 여러 귀한 손님이 왔을 때 강릉의 맛을 봬드리고 싶으면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파란 함석지붕 낡은 한옥. 방이라고는 달랑 4개뿐인지라 예약이 안되면 갈 수도 없는 집이 메밀집이다.

“파란색 함석지붕 낡은 집 한 채, 한 노파가 문어숙회를 판다. 허락 아니 받으면 가본들 소용이 없고, 약속이 되었다고 환대를 기대하면 오산이다”-이승수 시인의 '옥천동 모호당 중.'

낮에는 가자미·도루묵 조림과 탕, 밤에는 문어숙회를 안주 삼아 막걸리 한잔을 기울이며 인생 선후배들과 담소를 나눴던 메밀집은 김 회장의 젊음과 열정의 시대의 기억까지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그런 집이다.

메인이 되는 요리 외에 반찬 하나하나에도 주인장의 손맛이 깃들여 있다. 시원하면서도 매콤한 서거리 깍두기를 비롯해 창난젓을 넣은 무생채, 지방 고사리로 볶아주는 고사리볶음, 명란젓, 간장을 베이스로 슴슴하게 무치는 가오리무침까지 반찬 하나하나에 강릉의 맛이 배어있다.

김 회장은 “1983년 관광버스 10대로 동방관광을 시작해 이후 동해가스충전소를 거쳐 동방도시가스, 그리고 현재 운영하는 동림푸드에 이르기까지 인생의 고비때마다 즐거울 때마다, 이 집을 찾아 선후배들과 어울렸다”며 “당시 메밀집에서 뵀던 선배님 중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지만 그분들의 말씀은 다 내 가슴속에 새겨져 있다”고 회상한다.

“그 추억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메밀집”이라고 말하는 그는 “사람들이 메밀집을 밥집이라고도 하고 술집이라고도 하는데 나에게는 밥집”이라며 “어느 음식점을 가든 밥이 맛있어야 하는데 메밀집 밥은 손님이 오면 바로 따뜻한 솥밥을 해주는데 밥만 먹어도 힘이난다”고 했다. 특히 기본으로 나오는 반찬 외에 백김치가 상에 나오는 날은 아주 특별한 날이다. 쉽게 먹을 수 없는 백김치의 맛에 일본에서 온 바이어들도 반해 몇 번이고 부탁해 먹은 적도 있다고.

김 회장은 “명절이 되면 미리 사장님께 부탁해 명란젓을 만들어 선물로 드렸는데 그 맛을 두고두고 잊지 못하는 분들도 많았다”며 “심지어 메밀집 백김치 때문에 강릉을 다시 찾은 일본 바이어들도 있었다”고 회상한다. 그래서 김 회장에게 메밀집은 단순한 단골집이 아니라 사업을 도와주는 든든한 지원군 같다고 했다.

그런 든든한 지원군 같은 메밀집을 늘 찾는다는 김 회장은 “기뻐서 한잔, 슬퍼서 한잔, 분해서 한잔. 기분 좋아 한잔 그리고 술 먹고 다음 날 해장하고 겨울이면 도루묵, 봄, 가을에는 가자미 등 그때그때 제철 재료로 맛난 음식을 펼쳐주니 이곳에서 잃었던 입맛도 찾고 그리운 어머니의 손맛도 맛본다”고 했다.

강릉=조상원기자 jsw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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